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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9 일본 두 작가의 각오와 취미생활 <소설가의 각오>& <무라카미 라디오> 2
 

소설가의 각오 - 6점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문학동네
무라카미 라디오 - 6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까치글방




최근에 작가 에세이에 관심이 많다. 특별히 그것만 찾아 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최근 빌린 책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작가 에세이 집이다. 작가별로 찾아읽었는데, 이게 나름 국가별 구분도 된다. 루쉰의 에세이와 미루야마, 무라카미 에세이를 읽었고,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유럽작가의 에세이다. 나름 특색있고 읽기도 쉽고, 소설 못지 않게 재미있다. 그 중 일본의 동시대 작가임에도 불구 상당히 다른 감상을 전해준 두 작가가 인상깊어 포스팅한다.

루쉰같은 경우, 역시 에세이집에서조차 특유의 깊은 문장의 맛이 넘쳐났다. 뿐만 아니라 사회와 연륜이 담긴 글은 도저히 차 안에서 읽어낼 수 없을 만큼 무게가 있었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당시 혼란스러운 중국의 시대상황으로 인한 루쉰의 분노가 표출되어 있는데, 지금 한국정치에 비견해도 다를 것 없는 느낌에 더욱 그의 글이 와 닿았다. 루쉰은 특히 청년에 관심이 많아 중국의 미래는 청년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저기 질타와 당부의 글이 한국에서 읽는 나의 어깨에까지 쿵쿵 닿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글을 쓰려면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무라카미 라디오]는 책 제목만큼이나 가뿐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집이다. 어제까지 붙들고 있던 [소설가의 각오](제목부터가 다르지 않은가!)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카라멜같이 말랑말랑한 사람이고, 미루야마는 박하사탕 혹은 단단한 (딱딱한) 알사탕같은 사람이다.

무라카미 글은 때론 달달하고 군데군데 웃음짓게 하고 (그릇을 깨뜨려놓고 "여보, 저 할머니가 염력으로 내 손바닥을 미끄럽게 했다구" 외치는 무라카미를 상상해보라) 그 가운데 잔잔한 삶에의 이해가 감동을 준다. 반면 미루야마는 대쪽같고 칼같은 사유와 문체가 독자의 의지를 불끈 솟게 만들고 자세를 곧추 세우게 한다. 하여 무라카미 글이 종종 '에이, 이게 뭐야'하고 킬킬댈만큼 시시껄렁한 글들이 끼어있고, 미루야마의 글은 '이사람 뭥미'싶게, 자신의 넘치는 자부심을 반복해서 읎조려, 자랑을 보통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굳이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고 어쩌구, 그러니까 내가 첫 소설이 당선이 된건데, 다른 소설들이 너무 시시껄렁하다는 둥 어쩌고) 호오가 너무 명확해서 자기 관심외의 것에 극단적인 모멸감을 보이기도 한다. 그에 반해 무라카미는 이래도 응응~, 저래도 응응~하는 식이라고나 할까. (무라카미에게 누군가 "위선자!"라고 욕한다. 무라카미 곰곰히 생각한다."내가? 내가? 음음음... 뭐 솔직히 말하면,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니랄까~응응)


그렇다고 해도 이 두 사람이 모두 일본 사람이라는 것은 어쩐지 납득이 간다. 일본에는 이런 '응응형인류'와 '사무라이형인류' 두 종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을까?(그러니까 무라카미와 미루야마는 이 두 종류의 인간들의 전형이랄까.) 또 그렇다고 해서, 이 둘이 서로를 좋아하거나 친할 거라고는 상상이 안된다. 뭐 그건, 모를 일이다.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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