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전투
감독 질로 폰테코르보 (1966 / 이탈리아, 알제리)
출연 브레힘 하쟈드, 쟝 마틴, 야세프 사디, 푸시아 엘 카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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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 특별 상영으로 보게 된 영화.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단연 이 영화를 꼽고 싶다.
 
 
혁명을 성공하는 건 어렵다
그보다는 혁명을 유지시키는게 어렵고
그보다는 혁명 그 이후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게 더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 영화
 
 
프랑스의 알제리 지배, 그 세계속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살인과 복수, 끝없이 죽고 죽어가는 프랑스와 알제리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황폐화 된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영화는 영화적인 매력을 잃지 않았다.
 
사건 곳곳에 익명의 얼굴들이 카메라의 잡힌다. 대중들의 얼굴을 놓치지 않는 카메라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영화적 정서를 만들어낸다. 때로 그들의 얼굴이, 알제리 시민들의 눈빛이 대사보다 더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곳곳에 명대사와 인상적인 장면들이 넘쳐났다. 긴장과 유머, 전쟁의 비통함과 혁명과 시민들. 이 모든 것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2시간 동안의 '그때 그곳'의 삶을 구축해낸다. 혁명에 관한 영화 중 가장 사실적이고 힘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단순히 혁명을 일으키자는 선동영화가 아닌, 혁명이라는 것에 관한 고민이 담겨있는 영화였다. 나 역시 이 영화를 통해 혁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고,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런 교과서같은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진정한 명작)
 
바구니 테러를 비난하는 외신기자들에게 "당신네 폭격기를 주면, 우리 바구니를 드리죠"라며 당당하게 눙치는 모습, 혁명을 돕는 꼬마가 "겁먹지 마세요! 우리가 이길거에요"라고 중앙 마이크를 뽑아 외치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알제리의 혁명은 혁명단원들로부터 이뤄지지 않았다. 알제리 혁명단원들이 모조리 처형되고 더이상 희망도 변화도 없을 것만 같은 그때, 알제리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결국 해방군은 그렇게 다 죽었지만, 190년동안 그들이 못하던 일을, 민중들이 2년만에 해냈다.
 
 
 
"아무도 왜 어떻게 시작됐는지 몰랐다.
사람들은 춤추듯 뛰어나왔다.
곳곳에 섬뜩한 함성이 울려퍼졌다" 
 
독립을 달라... 자존심을 돌려달라...

 
 
 
안개가 걷히며 보이지 않던 수만명의 사람들이 달려나올 때,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 감동이 터져나왔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역사는 누군가의 예상대로 결코 흘러가지 않더라. 그것이 선한계획이든 악한계획이든 역사는 제아무리 악명높은 독재, 압제의 시대 속에서도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탱크의 진압장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도 낯선 장면이 아닐 것이다. 그날의 역사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묘한 충격과 감동.
 
함께 영화를 보던 관객들의 연령층은 제각각이었다. 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몇몇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들과 숨죽이며 본 2시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어쩐지 숙연해진 얼굴로 극장을 나오던 그 풍경. 아마 올해 잊지 못할 풍경일 것 같다.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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