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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4 기다림, 그건 과연 행복일까 사랑일까 <시간여행자의 아내> 4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당하는’ 남자, 헨리.

시간여행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영화가 많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의 속성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시간여행이라고 하면, 대부분 주인공이 주체적으로 타임머신이나 그런 속성을 가진 장치로 인해 과거, 미래를 여행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인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에게 시간여행은 어떤 기회나 축복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주인공 헨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다른 공간에 놓여지게 되기 때문이다.

 



난감한건 이뿐만이 아니다.
헨리는 다른 시공간으로 옮겨질 때 발가벗겨진 채로 놓여진다. 그야말로 맨몸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것인가. 물론 옮겨진 공간에서 난처한 일-쫒기거나 연행되거나-을 겪게 되도 다시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군데군데 유머를 만들어내지만, 아름다운 아내를 곁에 두고도 시도때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이 남자 인생, 이것 참 녹록치 않다.





영화는 처음부터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며,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헨리를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는 헨리의 몸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듯 끊임없이 시간을 옮긴다. 물론 이 러한 플롯은 처음부터 강한 흥미를 유발시키지만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피할 수 없다. 일단 아직 스토리를 전달시키지 못했는데도 불구, 시간을 넘나드는 초반 스토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혼란을 준다. 그보다 더 큰 아쉬운 점은 끊임없이 시공간이 바뀌고 인물의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관객들이 감정을 끌어낼 시간을 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재밌을 법하면, 현재로 돌아가고, 눈물이 날 듯 하면 또 과거로 날아가는 등 말이다. 이런 남편을 둔 아내로서는 무척이나 기구한 삶일 터인데, 우리는 아내의 심정에 공감할 틈도 없이 헨리의 시간여행을 쫓아가야만 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가장 긴장이 되었던 장면은, 평화로운 어느 날 갑자기 죽기 직전의 헨리의 모습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다. 지금과 별 다를 바 없는 헨리의 모습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모습. 이것은 헨리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과연 자신의 죽음을 본 헨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복선이 영화 후반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갈등이 되는 것인데, 나는 제목이 제목인 만큼 (즉, 시간여행자의 ‘아내’인 만큼) 여기서부터 아내의 활약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헨리도 그의 아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였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것을 바꿀 수 있었느냐도 의문이고, 아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도 의문이었지만, 어쨌거나 아내는 그런 헨리를 끝까지 사랑하고 옆을 지켜줄 뿐이었다는 것이... 나는 아쉽게 느껴졌다.







“내가 원한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그 어느 것도 내 선택이 없었다구.”

  애꿎게 시간여행자에게 반해버려, 기구한 사랑을 해나가는 아내 클레어의 외침이 가슴 아프게 했다. 결국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클레어는 시간여행자를 기다리게 된다. 흠, 로맨틱하긴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기보다는 참으로 기구하지 아니할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사라지는 남자를 평생 기다리다니...


"클레어, 당신에게 열녀문을 허하오."



PS. 하지만 우리 헥토르 "에릭바나"의 연기와 건장한 신체(...)를 감상하는 재미는 별 다섯개...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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