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그 사람이 말하는 표정을 보고도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겠구나, 짐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록 쿠엔틴티란티노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제껏 그의 영화와 그가 출연한 영화와 관련된 수많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추측하건데, 티란티노는 참 멋진 연출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아주 마음에 든다.
 
그의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지 보는 사람까지 느끼게 해준다. 그는 역사를 상상하는 와중에도 영화를 잊지 않는다. 나치가 영화관 안에서 테러당한다는 설정은, 정말 티란티노다운, 그만의 상상력이다. 
 
그는 타고난 말재주꾼이자 이야기꾼이다. 단순히 재미있고 멋진 말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언어, 말 자체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줄 안다. 이번 영화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불어, 이태리어, 영어, 독일어라는 언어 자체를 소재로 사용하여 다양한 풍경과 코메디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인데, 심지어 영화 속 군인들은 바bar에 모여 단어게임을 즐기고 있을 정도다. 언어의 향연이 벌어지는 이 영화는 그만큼 자막을 따라가기 쉽지가 않지만, (그리고 실제로 저 다양한 언어를 직접 들을 수 있었으면 더 익사이팅했을것이다!!!) 그 풍경만으로도 단단한 재미를 챙길 수 있다.
 

 
 
티란티노의 영화는 폭력이 난무하고 때로는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장면과 마주치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익살적인 상황과 맞닿아있다. 그리하여 그의 영화는 (이런 의미로) 만년 B(삐)끕무비다. 캐릭터의 코믹함, 혹은 상황 자체의 아이러니함 (이번 작품에서는 영사실에서 커플의 총격씬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충격적일 정도로 재미있었다)은 그 어떤 잔혹함도 비틀어낸다.
 
티란티노는 거침이 없다.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서도, 연출 혹은 대사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기승전결따위 없고, 특별히 주인공이 많이 나오고 중요한 일을 해야할 필요도 없다. 도대체 저들은 왜 저렇게 쓸데없는 일에 골몰하나도 싶지만, 이야기는 말에 출렁거리면서도 결말을 향해 흘러간다. 끝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마무리되기는 커녕, 더 당혹스럽고 난처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익살스러움을 그치지 않는다.
 
게다가 종종 DVD 서플먼트에 비치는, 연출하는 티란티노를 보라. 그가 자기 영화를 만들면서 얼마나 낄낄대며 좋아하는지 보고있는 사람마져 피식 웃음이 터져나올 지경이다. 만드는 사람이 저런 표정으로 만들고 있는데 영화가 재미가 없을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쿠엔틴 티란티노를, 누군들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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