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아. 글아. 글아.
이번 한주는 참으로 더디게 가는 구나.

글아, 글아, 글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속살을 보여다오.

글쓰는 건 즐겁다. 글쓰는 건 즐겁다. 글쓰는 건 즐겁다.
글아, 나를 즐겁게 해다오.
함박 웃음을 짓고, 그 입꼬리를 한껏 올려 내가 가야할 방향을 가르켜다오.

글아, 오오, 나의 글아.
말갛게 솟은 글아.
나에게 네 진실을 말해다오.
내 가슴은 촛농처럼 타들어간다. 나를 너무 애태우게 하지 말아라.

너는 고독한 것이 아닐 터.
아무 말도 할 말이 없는 내가 이렇게 너를 어루만지고 있으니
컴퓨터 벽에 대고 외쳐도, 너는 저 지구 끝, 그 너머 아무말도 하고 있지 못하는
행성 B663445-490-03324호에까지 닿아라. 아무 메아리 없어도 내 알겠다.

글아, 글아, 글아.
참말 생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아니, 이십대란 게 이런 것이구나. 너는 모른다. 글, 너는 모른다.
내가 내뱉기 전까지 너는 모른다.
그러니까 나를 달래라. 어루어라. 진실을 뱉게끔. 손끝을 어루어다오.

글아. 글아. 머리를 내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독촉에 시달리리.
세시까지 전부 다 뱉어낼 수 있겠지.
글아, 훗날에, 너랑 나랑, 한잔 술이나 부딪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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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고, 슬슬 자꾸만 뭔가를 정리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방정리나 책상정리는 아닐테고, 기억 혹은 생각 정리일거다. 이름하야 올해의 베스트, 혹은 워스트 키워드정도 뽑아주어야 하는 게 아닐는지. 이번 주 주말에 해야 할 일이 생겼고나.

 

출근하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나의 올해의 키워드는 중독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주 많은 것들에 중독되어 있었고, 그 중독이 1월의 나를 12월의 나로 변화시켰다. 그 변화는 진보적인 것이기도 하고 때때로 중독의 상태에서 꼼짝도 못하게 붙들어 놓은 것이기도 하다.

 

중독을 제일 먼저 생각해낸 까닭은 커피 때문이었다. 아침에 모닝커피,라기보다는 도저히 뜰 수 없는 눈을 띄우기 위해 커피 한잔을 사러 가면서, 올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커피와 함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없이는 안돼,를 몇번이나 외쳤고, 마셔야만 해,를 얼마나 주입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중독 맞다. 아마 ~ 없이는 안돼,(=행복하지 않아), 혹은 ~해야만 해,라는 생각을 가져다 준 것을 중독의 기준으로 봐도 되겠지. 응용하면 그가 있는 곳에 내가 없으면 안돼라고 자지러지던 사람중독을 들 수 있겠다. ‘중독과 관련된 올해의 인물로는 세 명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그야말로 중독,이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 그리고 많은 것을 변화시킨, 중독의 힘, 동력이랄까,의 모 작가님이 대상감이고, 그 뒤로 노무현 전대통령님. 이때의 중독은 앞의 중독과는 다른 의미다. 그리움도 중독된다. 그리고 이국 땅에서 내 이름을 불러, 이곳에서 꽃이 되게 한 스튜어던트 뒤를 잇겠다. 길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중독이었다.

 

커피에 뒤를 잇는 중독거리는, (믿기지 않게도) 병맥주다. 그래, 올해는 좀 그랬다. 그리고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귀에 달고 살았으니까. 지금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이고, 이제 일을 해야 하므로 천천히 더 생각해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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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하나의 경계선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그 전과 이후의 나는 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오늘은, 어제와 같을 수 없는 날이다.

무사히 나아갈 수 있길. 겸손하게 기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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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떠보니 월요일이다. 나의 황금 같은, 아니 순금 같은 주말은 모두 어디로 갔을꼬.

주말이 귀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한 학기에 방학 기다리듯 주말이 기다려진다. 그러니까 이건, 평일의 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내 마음대로 꾸릴 수 있는 주말은 그 자체로 귀하고 기다려지는 것이다. 방학계획보다 더한 계획을 품고 주말을 맞지만, 주말은 마치 바람둥이 고약한 나쁜 남자처럼 내 곁에 온 듯 다가왔다 잡으려는 순간 이내 떠나간다. 그러니까 주말이라는 것이, 뭔가 계획한 걸 해야지, 하면 일요일 밤이라는 거다. 이런 우울이 중첩되면 월요병을 낳는 것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예전 연** 시절의 월요병에 비할 바가 아니지, ) 아침에 오는 길에 이런 문구를 봤다. ‘재미에 관한 짧은 에세이였는데, 모 기자는 자신이 늘 재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지만, 휴일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빈둥 빈둥이라는 거다. 티비보고 빈둥빈둥 낮잠 자고 빈둥빈둥. 그 역시 나처럼 밤이면 자괴감에 시달리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그것이 내가 가장 재미있게 쉰 휴식이고, 자신만의 휴식 법이 된다는 거다. 어쨌든 편했으니까. 주말에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 놀더라도 생산성 있게 놀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평일의 업무적 마인드의 연장선일 뿐, 나의 몸은 철저히 원초적 본능에 맞게, 제 편한 대로 쉰다 이 말씀. 어쩐지 이 글에 내 휴일을 보상받은 것 같았다.

 

주말 내내 음악만 들었다,고 할 정도로 음악을 들었다. 신보 노라존스부터 그린데이, 켈리클락슨을 들었다. 따끈따끈하고 핫한 앨범. 거기서 그치지 못하고, 올해의 앨범을 검색하며 놀았더니 2시간, , 정말 올해에는 굉장한 앨범들의 각축전이었군, 감탄하며 리스닝하니 4시간이 또 훌쩍. 이런, 재미붙인 나는 작년의 베스트 앨범까지 손대기 시작하고, 말도 안 되는 해체 운운하지만, 정말 언제나 건재한 모습의 오아시스 음악을 들으니 옛 추억이 물씬 나고, 결국 레퍼토리 한번 모처럼 읊어볼까? 초기 명곡부터 줄 세워서 들으니, 이것 참 스타우트 한 병, 옛 추억을 따며 한 시간. 돈 룩백미 엥거, 스탠 바이미는 정말 명곡이야, 들을 때마다 울컥하니, 이거 이렇게 밤 열 두시가 되었더라. 혼자 듣기 아쉬울 정도여서 연말에는 친구들 불러 음악감상 겸 파티라도 할까 했지만, 딱히 롹 쏘울에 전율하는 친구는 떠오르지 않고, 함께 들으면 말을 하기 마련이고, 말을 하면 음악을 들을 수 없으니 지금이 행복하고나, 즐거운 마음으로 밤은 깊어가고, 그렇게 보람차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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