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고, 슬슬 자꾸만 뭔가를 정리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방정리나 책상정리는 아닐테고, 기억 혹은 생각 정리일거다. 이름하야 올해의 베스트, 혹은 워스트 키워드정도 뽑아주어야 하는 게 아닐는지. 이번 주 주말에 해야 할 일이 생겼고나.
출근하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나의 올해의 키워드는 ‘중독’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주 많은 것들에 중독되어 있었고, 그 중독이 1월의 나를 12월의 나로 변화시켰다. 그 변화는 진보적인 것이기도 하고 때때로 중독의 상태에서 꼼짝도 못하게 붙들어 놓은 것이기도 하다.
중독을 제일 먼저 생각해낸 까닭은 커피 때문이었다. 아침에 모닝커피,라기보다는 도저히 뜰 수 없는 눈을 띄우기 위해 커피 한잔을 사러 가면서, 올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커피와 함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없이는 안돼,를 몇번이나 외쳤고, 마셔야만 해,를 얼마나 주입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중독 맞다. 아마 ~ 없이는 안돼,(=행복하지 않아), 혹은 ~해야만 해,라는 생각을 가져다 준 것을 중독의 기준으로 봐도 되겠지. 응용하면 ‘그가 있는 곳에 내가 없으면 안돼’라고 자지러지던 사람중독을 들 수 있겠다. ‘중독’과 관련된 올해의 인물로는 세 명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그야말로 중독,이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 그리고 많은 것을 변화시킨, 중독의 힘, 동력이랄까,의 모 작가님이 대상감이고, 그 뒤로 노무현 전대통령님. 이때의 중독은 앞의 중독과는 다른 의미다. 그리움도 중독된다. 그리고 이국 땅에서 내 이름을 불러, 이곳에서 꽃이 되게 한 스튜어던트 뒤를 잇겠다. 길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중독이었다.
커피에 뒤를 잇는 중독거리는, (믿기지 않게도) 병맥주다. 그래, 올해는 좀 그랬다. 그리고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귀에 달고 살았으니까. 지금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이고, 이제 일을 해야 하므로 천천히 더 생각해봐야 되겠다.
* 오늘은 또 하나의 경계선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그 전과 이후의 나는 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오늘은, 어제와 같을 수 없는 날이다.
무사히 나아갈 수 있길. 겸손하게 기도할 뿐.
'그리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1206_나의 알찬 주말은 이렇게 (2) | 2009.12.07 |
---|---|
20091203_행복을 선택하는 노력 (2) | 2009.12.03 |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2) | 2009.12.02 |
12/2_문장은 정확히 말해줄 수 없다 (2) | 2009.12.02 |
20091130_ 책을 읽는 보람 (2) | 2009.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