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예전에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연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독서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재미로 읽는 책은 킬링 타임일 뿐이고, 어떤 책을 읽었다고 해도 그것이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읽지 않은 만 못하다. (그 시간에 더 재미난 걸 못했으니까) 물론 책을 읽는다고 당장에 짠 하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시간을 두고 볼 일이긴 하지만 읽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 책이 어떤 식으로든 내 삶에 영향을 끼치겠구나 하는 예감. 언젠가 내가 이 책의 한 문장을 붙들게 되겠구나 싶은 직감.

 

학창시절, 어린 나이에도 불구 굉장한 독서량을 자랑하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친구는 책을 읽지 않은 녀석보다도 인성과 성격 면에서, 그야말로 꽝이었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늘 관심받기만 바라던 친구였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사람이 변할 수 없다면 독서란 참으로 시시한 것이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리고 오늘 문득 점심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올라오는 순간, 이와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당연히 달라야 하고,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저번 주와 이번 주, 이번 달과 다음 달은 말이다.

 

 

적어도 시시해지지는 말자는 거다.


Posted by 프로듀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