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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9 그녀에게서 배운 특별한 '성공과 사랑' <그건, 사랑이었네> 2

 

 

그건, 사랑이었네 - 10점
한비야 지음/푸른숲


 


성공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놀라지 마시길. 국제구호개발 NGO의 일개팀장인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혹은 닮고 싶은 여성 중 한 사람으로 뽑혔다는 사실! 2006년에는 어느 신문사가 사십대 이하 성인 남녀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톱 10’ 중 7위에 뽑혔고 2009년애는 이화여대에서 조사한 ‘가장 닯고 싶은 한국 여성 2위’에까지 올랐다. 이게 무슨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205P)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만약 내게 그런 설문의 기회가 있었더라면 나 역시 한비야에게 내 소중한 한 표를 덥석 던지지 않았을까? 한비야는 내게 그런 사람이다. 나에게 처음으로 닮고 싶은 ‘성공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언니’다. 여기서 ‘성공’과 ‘언니’의 의미는 소위 말하는 뜻과는 조금 다르다. 한비야를 지칭할 때만큼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한비야 언니가 내게 알려준 성공이란 무엇인가?

그간 여러 권의 여행서적, 에세이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한비야는 <그건, 사랑이었네>를 통해 조금은 더 내밀한 속내를 드러낸다. 좀더 솔직한 얘기, 좀더 마음 깊숙한 이야기들이 한비야 특유의 발랄 문체에 고스란히 담겨 따뜻한 에너지로 전해져온다. 이번 에세이집을 통해 나는 내가 왜 한비야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바로 한비야가 알려준, 조금은 다른 ‘성공’의 모습 때문이다.

 

...내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무엇인가를 이루었을 때 우리 모두가 함께 기뻐하며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준다는 점이다. 그들이 공공의 선을 이루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성공의 열매를 맺는다면 그 열매는 우리 모두의 것이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210p)

 

성공이 단순히 돈이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 여럿 끼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비야 역시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매력을 높이 사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비야는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혼자만 재미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

 

한비야의 성공은 “나눔의 성공”이다. 그녀의 직업이 누군가를 ‘구호’한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한비야의 인생관을 살펴보면 그녀는 ‘타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비전을 두고 사는 사람이다. 있으면 듬뿍 나누고,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누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받는 사랑이 얼마나 큰지 한비야는 누누이 말한다.

 

대게의 성공 에세이가 그러하다. 얼마나 외롭게, 악착같이 노력해서 성공을 이뤘는지. 빛나는 성취를 위해 얼마나 고독한 희생을 치렀는지 얘기하며,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하라고 말하곤 한다. 내가 무의식중에 품고 있던 성공의 모습도 그러한 것이었다. 빛나지만 이면엔 혼자만 아는 고독과 외로움이 묻어있는. 하지만 한비야가 알려준 성공은 그렇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을 수 있는 성공을 하라고 말한다. 내 성공이 남들에게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성공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성공은 절대로 목표가 ‘돈’이나 ‘명예’가 될 수 없다. (그보다 훨씬 원대한 비전이 될 게 분명하다!)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갖추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한비야는 내게 이런 삶의 자극도 준다. 게다가, 그렇게 내가 향해갈 목표점에 돈이나 명예만이 아닌, 그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을 품을 수 있도록 좋은 길(멋진 길!)을 안내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비야는 ‘성공한 여성’일 뿐만 아니라 내겐 ‘언니’다. (절로 ‘언니’란 호칭이 나온다!) 책 곳곳에서 그녀의 에너지와 따뜻한 위로가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한비야가 내게 성공의 방법을 일러주는 방법도 따뜻하고 친절하다. 그녀는 우연도 아니고, 타고난 배경도 아닌 스스로 개척한 인생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천부적이라기보다는 온전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나도 이렇게 하는데 네가 왜 못해!’라며 응원해준다. 그녀의 책을 보면 결코,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서 잘 이뤄냈다는 얘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한비야는 책을 읽는 사람까지 끌어낸다. 마치 옆에서 내 어깨를 툭툭 치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길을 택한 후 잔뜩 긴장한 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지금 당신과 똑같은 처지이고 똑같은 마음이라고. 그러니 당신과 나 우리 둘이 각자의 새로운 문을 힘차게 두드리자고. 열릴 때까지 두드리자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할 테니 당신도 나를 생각해보라고. 그래서 마침내 각자가 두드리던 문이 활짝 열리면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고 등 두드려주며 그동안 애썼다, 수고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자고. (298p)

 

<그건, 사랑이었네>속에 담겨있는 한비야의 성공, 기쁨 때론 우울, 추억을 접해보면 곳곳에서 그녀가 얼마나 삶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도 이 점이었다. 만약 그녀가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을 거머쥐지 못했더라도, 그녀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지금’이라는 이름의 삶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 역시 내가 그녀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은, 내 학벌이 혹은 내 직업이 어떠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녀보다 내 삶을 덜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동시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된 셈이다.

 

한비야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남에게 추천할 책 목록도 만들고 싶고, 앞으로 살면서 꼭 해야할 일 목록도 짜보고 싶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혹은 자신 없었던 일들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제아무리 좋은 자기계발서적도 나를 이렇게 움직이게 한 적은 없었다. 왜 그럴까?

 

한비야의 책은 내가 어떤 일을 ‘해야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나서 나 역시 한비야처럼 ‘하고 싶었다!’ 무엇을? 모두에게 기쁨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성공을, 지금의 나의 삶을 끌어안고 예뻐해주고 한껏 사랑하는 일을! 지금 당장 하고 싶다.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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