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우리가 직접 우리 힘으로
만들어내면 돼요! 함께 하면 되요.
삭제된 비디오 테잎을 다시 촬영하여, 스웨덴 버전으로 둔갑시켜 대여하는 제리와 마이크. 둘이 찍은 좋게말해 스웨덴판, 쉽게 말해 해적판 영상은 짧고도 어찌나 허접한지! 그야말로 장난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영상이 인기가 폭발하여 다시 살아나는 비디오가게라니. 이건 정말 판타지가 아닌가. 어쩌면 그야말로 아마추어적인 판타지가 아닌가 기우 속에, 섣불리 미셸공드리 걱정을 하고 있는 나.
허나 미셸 공드리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우리가 아는 영화를 스스로 리메이크함으로써 발생하는 재미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리메이크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셸은 영화에 대해 묻는다.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두 사람이 찍는 영화는 흥행에 흥행을 거듭, 결국 판이 커진 두 제작자는 여러 배우들을 기용하기 시작한다. 바로 대여점에 오는 손님들, 마을 사람들을 영화 속에 출연시킨다. 내가 참여하는 영화.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있는 영화가 아닌가.
영화는 놀이다. 교육받은 사람들의, 혹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만의 소유물, 도구가 아니다. 헐리우드의 엄청난 시각효과를 구경하고 있자면, 영화는 마치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대단한 어떤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때로 마법처럼, 결과물은 볼 수 있지만 모두가 그 과정을 알 수는 없다. 마법처럼 마술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을 보고 시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때때로 그러한 대단한 영화들이 남기는 공허함. 트랜스포머와 같이 최고의 기술 영화를 보고 난 뒤의 허전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어쩌면 바로 여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영상 속에서 어느 순간 관객이 이탈되어버린 게 아닐까. 관객과의 교감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영상을 위한 영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영화의 감흥이 관객의 삶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 게 아닐까. 잊지 못할 영화는 어떻게 해서든 보는 이의 삶의 한 면을 흔들어놓으니까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이 참여하는 영화는 최고로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제리와 마이크는 저작권법이 들이대는 무시무시한 협박(65,000년의 형을 살아볼래?)에도 불구, 최후의, 최고의 작품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마이크! 우리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자!” 대부분의 감독 혹은 영화 관계자들이 이러한 과정으로 영화에 입문하지 않았을까. 이제는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만들자! 잘 모르겠다고? 일단 해보자. 일단 만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곳곳에서 드러나는 공드리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들이 시종일관 웃음을 짓게 한다. 어떤 환경도 영화를 만드는데 방해물이 될 수 없다. 공드리가 영화 속 영화제작에서 보여주는 각종 노하우는 영화 그 자체보다 흥미롭다. 바닥에 붙은 파이프오르간 촬영, 유리총격씬,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등. 특히 모두가 함께 스토리라인을 정하는 장면은 충격적일 정도로 굉장했다. 영화는 단체작업임에도 불구 그 내부를 구성하는 작업은 철저히 개인적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생각을 강하게 흔들어놓았다!
미셸의 영화치고 조금은 시시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정말 기우였다. 결국 모두가 함께 만든 영화를 상영한다. 텔레비전이 부서지지만, 누군가 영사기를 들고 나타난다. 창문가에 흰 커튼을 달고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 (언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한 장면이다. 사람들의 시선. 그 표정. 정말 아름답다. 게다가 소설 <상록수>에 버금가는 라스트 씬. 비디오가게 밖에서 모두가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라스트씬은 정말이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미셸이 말하는 영화는, 그가 꿈꾸는 영화세계는 바로 이런 것이다.
P.S. 미셸과 찰리카우프만이 헤어져서 상당히 섭섭하게 생각하는 1인,이었지만. 찰리에 비해 미셸은 제 길을 잘 걷고 있다. 므흣하다. 이런 그의 영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열심히 합시다. 미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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