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버전 헬렌켈러다.
마치 <죽은시인의 사회>에서 걸어나온 듯한 혈기왕성한 사하이 선생님이 헬렌켈러인 미셸과 이루어내는 마법같은 이야기다.
예상대로 감동이 있고, 분명한 눈물점이 있다는 점이 큰 미덕이다. ('예상만큼'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쉽게 붙일 수 없다는 걸 기억하자) 웬만해선 영화보고 눈물따윈 흘리지 않는 나도 미셸이 처음 선생님을 부를 땐 그만 안구에 촉촉한 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사하이 선생님이 미셸을 보고 울 때마다 함께 울게 될 것이다.
이런 기본 구조에 선생님과 제자 간의 미묘한 사랑 이야기가 헬렌켈러 스토리에 깊이를 더한다. 미셸의 흔들리는 내면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 사하이 선생님의 교육을 받고 있으면 금세 선생님의 매력과 열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제지간에 흐르는 모호한 감정도 긴장감있게 잘 살렸다.
사하이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고 미셸에 대한 기억을 잃어간다. (이건 예고편에도 나오는 설정이다..)
사랑은 비록 이루어지지 않지만, 미셸과 사하이가 스승-제자 관계에서 제자- 스승의 관계로,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서로의 존재의 의미를 획득해과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느정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 과정은 분명 목이 메이게 하는 감동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잘 짜여져 있다.
하지만 발리우드 식으로 풀어냈으면 어떨까?
정밀하게 다듬어진 감동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지만, 군데군데 할리우드적인 공식에 맞춰 진행되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발리우드 식으로, 조금은 거칠고 황당하더라도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미셸과 사하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분명 감동은 있었지만, 조금은 심심하다고 느낀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오물조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과 감성의 치열한 대결 - 내가 아는 가장 따뜻한 추리영화 <용의자 X의 헌신> (0) | 2009.09.16 |
---|---|
환상을 체험하는 영상미학 - 이야기와 현실의 대결 <더 폴> (0) | 2009.09.16 |
지금 이 상황이 더 비현실적이야! - 일상 속 꿈이라는 혁명 <레볼루셔너리 로드> (0) | 2009.09.16 |
너는 기억하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보이A> (0) | 2009.08.01 |
이런 가족도 있다! 빛나는 루저들의 좌충우돌 여행기 “미스 리틀 선샤인” (4) | 2009.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