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2005 / 인도)
출연 아미타브 밧찬, 라니 무커르지, 쉐나즈 파텔, 아예샤 카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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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버전 헬렌켈러다.
마치 <죽은시인의 사회>에서 걸어나온 듯한 혈기왕성한 사하이 선생님이 헬렌켈러인 미셸과 이루어내는 마법같은 이야기다.

예상대로 감동이 있고, 분명한 눈물점이 있다는 점이 큰 미덕이다. ('예상만큼'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쉽게 붙일 수 없다는 걸 기억하자) 웬만해선 영화보고 눈물따윈 흘리지 않는 나도 미셸이 처음 선생님을 부를 땐 그만 안구에 촉촉한 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사하이 선생님이 미셸을 보고 울 때마다 함께 울게 될 것이다.

이런 기본 구조에 선생님과 제자 간의 미묘한 사랑 이야기가 헬렌켈러 스토리에 깊이를 더한다. 미셸의 흔들리는 내면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 사하이 선생님의 교육을 받고 있으면 금세 선생님의 매력과 열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제지간에 흐르는 모호한 감정도 긴장감있게 잘 살렸다.

사하이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고 미셸에 대한 기억을 잃어간다. (이건 예고편에도 나오는 설정이다..)
사랑은 비록 이루어지지 않지만, 미셸과 사하이가 스승-제자 관계에서 제자- 스승의 관계로,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서로의 존재의 의미를 획득해과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느정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 과정은 분명 목이 메이게 하는 감동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잘 짜여져 있다.
하지만 발리우드 식으로 풀어냈으면 어떨까?
정밀하게 다듬어진 감동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지만, 군데군데 할리우드적인 공식에 맞춰 진행되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발리우드 식으로, 조금은 거칠고 황당하더라도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미셸과 사하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분명 감동은 있었지만, 조금은 심심하다고 느낀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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