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스포일러 있음)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시험하는 서바이벌 게임.
이미 결론은 나왔다. 우리편은 일곱명이나 되고, 저쪽의 적수는 단 두명인데, 모두 당한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모두가 살고 싶지만, 결국 한명씩 죽어나가게 되어있다. 아무리 협동하려고 해도 협동할 수 없는 상황, 스스로를 잃어버리면서 혼란의 빠져가는 사람들. 그 혼란 속에서 멈출 수 없는 게임은 계속된다.
왜 게임을 그만 둘 수 없는가?
어째서 처음부터 그것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음을 알고,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도 게임을 게속 진행했는가? 시작은 게임이었지만, 단번에 이것이 단순한 놀이가 아님을 깨달은 참가자들에게 그 다음 게임은 더이상 게임이 아니게 된다.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서바이벌 미션 자체가 게임이 되면서 참가자들은 이 게임을 계속 진행하는 것만이, 게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결국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 뿐이다. 이 게임의 룰은 서서히 참가자들 스스로를 조여온다. 그들은 모두가 함께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최후의 1인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모순의 상황에 빠진다.
장 PD의 계략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과 그 반응이 무척이나 단순화되어 그려져있다. 아무리 패닉 상태라 하더라도 캐릭터의 일관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쉽게 돌변하고, 쉽게 변화하는 인물상은 몰입을 방해했다. 인물들의 변화가 변화로 느껴지지 않고, 단순히 '미쳐간다'는 설명으로 그치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야말로 비정상 캐릭터인 장PD가 지니고 있던,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그의 비밀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이러한 기이한 행위의 비밀이 과거의 한 사건에 연관되어 있고, 그 사건에 대한 복수라는 것이다. 그 사건은, 범죄 현장을 보고도 모른척했던 사회적인 무관심, 자신의 안위만을 염려해 모른척한 일반 사람들에 대한 분노다. (물론 여기에서도 여러명의 인물에게 노출시키기 위해 여자를 이리저리 끌고다닌 점은 너무나 인위적이다.-_-!!!)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의 분노라면 사실 그 누구라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자가 없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표현해놓았지만, 곰곰히 장PD의 심기를 헤아려보면 그러하다.
그러니까, 이런 미친 게임을 벌인 박휘순이 그저 또라이로 밝혀지고 끝나면 시시해지는 것인데, 장PD의 그러한 사연과 그의 분노가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 현장에서 묵인했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 하지만 과연 그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타자로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러한 책임을 그 역시 피할 수 있었을까? (있지, 우린 누구나 겁에 질려서 살아간단 말이야.)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문제이고, 부디 이 영화를 본 누군가가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겠다.
또 하나 덧붙여, 장PD가 선택한 최후와 신민아만 유일하게 살아나 '무사엔딩'을 맞는 것에 대해 아마 적지 않은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했을 거라는 우려가 들었다. 그나마 그녀가 게임 중간중간에 인간미를 보여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지막에 살아남는 사실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인간미를 노출한 것일까?...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알고보니 본성이) 착한 사람이라 좋은 결말이다- 라고 한다면, 이거 조금은 김 새는 결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아마도 현장 스틸. 요즘엔 이런 사진이 더 재밌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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