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생각'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09.11.23 존재는 의식을 규정한다 2
  2. 2009.11.17 정치적인 단어사전 2
  3. 2009.10.26 사랑의 기준 2
  4. 2009.10.08 노무현전대통령 미공개편지 전문 2
  5. 2009.09.15 같이 갈 사람 손~ <서울캠핑페스티벌>



존재가 바뀌면 삶의 방식도 달라진다.
지난 일주일, 나는 여의도에 세 번 들렀다. 세 번 모두 다른 존재와 목적을 가진채 같은 길을 걸었다.
나는 국회의사당 1번 출구에서 세 번 내렸는데, 세 번 모두 같은 출구로 올라오면서, '이 출구로 나오기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목적지는 달랐을지언정, 나는 세 번 모두 같은 길을 걸은 셈인데, 세 번 모두 처음 걷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세 번에 두번은 길을 헤맸고, 심지어 120에 전화를 걸어 길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점심을 십분 만에 해치우고 올라온 나는, 시간이 남아 근처 지역 탐방을 시도했다. 그래봤자 근처에 어떤 커피숍들이 있고, 던킨도너츠는 어디쯤에 포진해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이었다. (맙소사, 나는 또 헤맸다. 어렸을 적부터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점이 바로 낯선 길에서도 결코 헤매는 법이 없는 인간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인데!!!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는 끝없이 사거리에 또 사거리가 붙어있고, 그 길 끝에 또다시 사거리로 이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건물들의 숲에 갇혀 더욱 당황하며 헤매고 있었다.

평소같으면 절대 들를 일이 없는 사무용품점에 들어갔다. 다른 존재재가 되었으므로 어쩐지 들어가면 뭔가 필요할 게 생길 것 같았다.
문방구용품을 기대하며 들어간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기대 이상의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깔고 앉으면 구름에 뜬 듯 폭신폭신 엉덩이를 감싸줄 것만 같은 방석, 맥심 커피로는 채워지지 않을 나의 드링킹 욕구를 해소해줄 수 있는 각종 티백, 서랍에 넣어 놓고 배고플때마다 하나씩 꺼내먹기 좋도록 작게 포장되어 있는 초콜릿, 진짜 당장 필요한 머그컵 등등등. 그곳에 전시된 모든 것이 여의도에서 밥벌이 하는 사무원들에게 꼬옥 필요한 모든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대체 사무용품점에서 왜 이따위 불량품같은 것을 팔고 있는게냐고 콧방귀를 뀌었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 상품이 가격 태그를 달고 있듯 자신의 당당한 용도를 내보이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어메이징.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존재의 변화조차 내가 소비하는 것에서 느낄 수가 있구나. 

지금 내 책상위에는 엄지손가락 크기로 포장된 가나 초콜릿과 꿀유자자 시럽이 놓여있다. 자애로우신 분들이 하나씩 선사해주신 것. 이것 역시 무적의 사무용품점에서 공수된 것이리라. 예전에 사무용품점은 크리스마스 카드 도구를 살때나 가끔 스케치북 같이 시간 때우는 놀이용품을 사러가는 곳이었는데, 이제 생필품을 사러 가는 곳이 되었다. 음,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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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n.

 

 

 

 불합리한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주문같은 추임새.

(예시_"네가 누나잖아")

 

 

 'ㄴ'이 두번이나 들어감으로써, 마치 무언가 한없이 퍼줄것만 같은,

모든 걸 이해해줄것만 같은 환상을 자아내게하는 명사.

 

 

이런 형상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누나니까'라는 말이 지니는 이미지상의 폭격을 보라.

ㄴ이 3개에 마지막에 두개의 ㄴ이 뒤집혀져있는 저 단어는

보기만해도, 듣기만해도 과중한 부담감을 주고 있지 않은가!

 

 

순식간에 뿜어져나오는 아이돌 사랑에, 때때로 거침없이 찬물을 끼치는 정체성.

(예시_ "맞다.. 내가 니 '누나'지")

 

 

부르면 뛰어가고 싶은 사람: 유승호

부르면 도망가고 싶은 사람: 마이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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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준

그리고 생각 2009. 10. 26. 17:55



살다보면,
아무 의미없이 읽던 글귀가 어느 순간 중요해지는 때가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중에 맬빈 유달(잭니콜슨)은 이런 말을 한다.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사랑에 대한 많은 명대사가 있는데, 
요즘은 자꾸 이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말이었는데
요즘 나에게 이 한 줄의 대사가 새롭게 다가온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일 거다.
이것을 확신한다.

괜찮은 사람이 사랑에 빠져서 더 좋은 사람이 된다면, 그 사랑은 건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에 빠지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만 품고 있는 사람들은
혹시 나의 사랑이 이런 나의 모습을 못 알아챌 수도 있으니까
미리미리 부지런히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의지가 필요한데,
이때는 더 좋은 사람과 건강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로 결론은,

사랑에 빠지건, 그렇지 않건 간에 
우리는 지금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좋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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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께 청원 드립니다.

2009. 04. 19. 10:06

이명박 대통령님,

어려운 시기에 국정을 수행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에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와 관련한 일로 대통령께 청원을 드립니다.

청원의 요지는 수사팀을 교체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그동안의 수사 과정으로 보아 이 사건 수사팀이 사건을 공정하고
냉정하게 수사하고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하는 일은 범죄의 수사이므로, 검사가 머릿속에 범죄의 그림
그려놓고 그 범죄를 구성하는 사실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우선하는 검찰의 의무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검찰은 있는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관계없는 사실을 가지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나아가서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실도 찾아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사팀이 하고 있는 모양을 보면
수사는 완전히 균형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사팀은 너무 많은 사실과 범죄의 그림을 발표하거나 누설했습니다.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누설해 왔습니다.

다음에는 그들이 발표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누설해 왔습니다.

그 다음에는 증거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사리를 설명해 왔습니다.

마침내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사실까지 발표합니다.

이런 일들은 검찰이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불법행위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 문제를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 수사팀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미리 결론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발표하거나 누설한 내용을 보면 미리 그림을 다 그려놓고
그에 맞게 사실과 증거를 짜 맞추어 가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그들이 만든 범죄의 그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미래에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을 사람의 기억에까지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수사팀이 끝내 피의사실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도 결론을 돌이킬 수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그려놓은 그림에 빠져서 헤어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판단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발표를 해버린 것 같습니다.

만일 사건이 이대로 굴러가면 검찰은 기소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왔을 때,
그리고 검찰의 수사과정의 무리와 불법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한민국 검찰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황이 이러하니 수사팀은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까지
증거를 짜내려고 할 것입니다.
이미 제 주변 사람들은 줄줄이 불려가고 있습니다.

끝내 더 이상의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이라도
만들어 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검찰권의 행사가 아닙니다.
권력의 남용입니다.

그동안 참여정부 사람들이나 그들과 혹시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심이 갈 만한 사람들은 조사할 만큼 다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까?

이미 제 주변에는 사람이 오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저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조심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심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습니다.
권위도 신뢰도 더 이상 지켜야 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그리고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미 이 사건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보고를 받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통상적인 보고 라인이 아니라 대통령께 사실과 법리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받아 보실 것을 권고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검찰이 막강한 권능으로 500만 불을 제가 받은 것이라고 만들어내는 데
성공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퇴임 사흘 남은 사람에게 포괄적 뇌물이 성립할 것인지,
과연 박 회장의 베트남 사업, 경남은행 사업, 그 밖의 사업에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다면 그것이 부정한 일인지,
이런 문제들에 관하여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박연차 회장이 2007년 6월 저와 통화를 했다면
검찰은 그 통화기록을 확보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보도를 보면 통신회사의 기록 보존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통신 서브를 폐기하지 않은 이상 복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관은 검찰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통화기록은 반드시 검찰이 찾아서 입증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기록을 성의 있게 찾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이 이 사건에 관한 단서를 언제 처음 알았는지,
왜 지금까지 수사를 미루어 왔는지,
그동안에 박 회장의 진술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지금 검찰이 박 회장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능을
이 사건 수사를 위하여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사정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사건 수사가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방법은 수사팀을 교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로지 대통령님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형식적 절차는 법무부 장관의 소관일 것입니다만,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저와 제 주변의 불찰로 국민을 실망시켜 드린 점에 대하여는
이상 더 뭐라고 변명을 드릴 염치도 없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보통 인간으로서 이 청원을 드립니다.

형식 절차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은 설사 그가 극악무도한 죄인이거나
역사의 죄인이거나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제가 수사에 대응하고, 이 청원을 하는 것 또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4월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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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이야기가 조금씩이라도 끊임없이 흘러나와서
자꾸만 얘기되고 자꾸만 생각나서
당신을 잊지 못했으면 좋겠다.

전문을 찾아 읽는데 마음 한켠이 다시 쏴-해진다
2009년이 저물어가는 이때,
돌이켜보면, 올해 내게 가장 큰 흔적을 남겼던 이의 이름이 바로 노무현이었다.

과연 2009년의 노무현은,
나에게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의미인가..

문득 돌이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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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이 기가막힌 서울캠핑페스티벌!
아.. 가고 싶다!!!

인디소울 구인!

주변에 인디음악 좋아하는 동지들이 없으신분..
혼자라도 갈까, 고민하고 계신분들...
함께 가요! 여동지들..

함께 가실 분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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