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영화는 지금, 현재 일어난 그 순간을 말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의 사건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결코 잊지 못할 영화가 될 것이다.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순회상영전 P-1
(굳이 밝히자면..)스포일러 농후함
[까칠한 자매]★★★
이윽고 자매는 남자를 낚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그를 잘 닦고 예쁜 옷을 입혀놓지만, 깨어난 남자는 기절 초풍을 하고 다시 바다속으로 뛰어든다. 결국 다시 시체로 발견된 남자. 생선과 같은 조리(자르고 굽고)를 당하고, 어딘가로 옮겨지는데. 자매의 티 타임. 남자 시체가 즐비한 다이닝 룸에서 자매는 로맨틱하게 차를 즐긴다.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압권.
[스파이더]★★★★ 내쉬 어거튼 감독에 주연.
주유를 하러 나간 질의 자리에 꽃으로 치장을 하고, 예쁜 엽서를 창에 붙이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질은 대뜸 꽃과 엽서를 치우고 운전을 한다. 초콜릿을 하나씩 까서 그녀 옆에 두는 잭. 질은 결국 하나 입에 대면서 “이렇게 별 것 아닌 걸로 마음이 풀어지다니.”하면서 웃는다. 두 사람 모두 웃음을 짓는 따뜻한 풍경도 잠시. 질이 윗 거울을 열자 스파이더 모형이 튀어나온다. 옷속에 들어간 거미에 까무러치듯 놀라며 차를 세우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질. 갑자기 들이닥치는 차. 질은 멀찌감치 튀어 나간다.
당황한 잭. 곧이어 앰뷸런스가 오고, 응급처치를 한다. 두렵게 지켜보는 잭에게 말을 거는 구급대원들. 질에게 약을 투여하려고 그녀의 팔을 올리자 거미 모형이 튀어나온다. 깜짝 놀라 주사기를 든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구급대원. 그 주사기에 눈을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잭.
스파이더 모형 하나로 벌어지는 사건이 무척이나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처음 여자가 사고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2차 연쇄사건까지 밀고나간 점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억지스럽지 않았고, 짧은 시간동안 차 안에서의 긴장, 감정의 변화, 겨우 풀어졌을 때 닥치는 갑작스런 사고 등이 무척이나 극적으로 배치되었다. 아, 단편이란 이런 것! 무릎을 쳤던 작품이었다.
[색션 44]★★★★★ 다니엘 윌슨
검은 배경. 환한 조명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남자는 심문을 당한다. 뭔지 몰라도 니 죄를 고백하라고 다그치는 남자 앞에서 항변하는 주인공. 안되겠군! 곧이어 주인공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와 뇌 전기 충격기라며 가져와 주인공의 머리에 연결한다. 한껏 겁을 먹은 주인공, 뭔진 모르겠지만 다 털어놓을게요! 아빠의 비리, 엄마의 위장전입, 자신은 여자친구의 동생과 종종 원나잇을 한다는 둥 정신을 놓고 떠들어대는 주인공.
갑자기 어둠속에서 그의 여자친구가 등장해 뺨을 후려갈기고 나간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 순간 환하게 밝아지는 공간. 서른번째 생일을 축하해. 자신의 생일파티장이다. 얼이 빠져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의 가족들, 친구들. 하나씩 그곳에서 빠져나간다. 묶인 채 어처구니없이 앉아있는 남자. 조명이 꺼진다. 쓸쓸한 뒷모습.
불이 켜졌을 때의 당혹감이란! 불이 켜지는 순간, 우리는 주인공 만큼이나 뻘쭘해 질수밖에 없다. 이 점이 우수하다.
[하이브리드] ★★
유조차 운전하는 할아버지는 자꾸만 물을 마시고 생수병에 오줌을 싼다. 그와 동행하게 된 프랑스 남자. 둘의 기이한 조우. 마지막 장면, 프랑스 남자는 오줌이 차를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저쪽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아 고생하는 여자를 발견한다. 그때 다가가는 남자 뒤로 생수병 서너개가 찰랑거리고 있는 장면-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장면만으로 설명해내는 방식이 좋았다.
[친애하는] ★★★★
급기야 경찰이 들이닥치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돌아간다. 경찰 서장은 몰래 햄버거를 하나 훔쳐먹고 오는데, 돌아오는 길에 햄버거에서 수상한 물질을 발견, 다시 여자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작전실패. 정말 멋지다. 영화를 찍는데 한계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레슬링]★★ 동성애자 레슬링 선수 커플의 사랑이야기.
아이슬랜드 국민 스포츠인 레슬링을 연습하면서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하는 두 사람.
또 샤방하지 않은 캐릭터들로 동성애를 과장하지 않고도 캐릭터에게 애정이 갈 수 있게 한 점이 훌륭했다. 살짝 지루하긴 했지만, 마지막 장면, 헤어지기로 한 두 사람이 마지막 레슬링 연습을 하는 모습이 압권.
카메라는 계속 어깨 위만 비치고 팬한다. 두 사람의 표정만으로 둘이 지금 느끼고 있다는 것, 과연 아래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주변의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반응만으로 드러내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 띠에리 부파르
알고보니 이 곳은 영화 촬영장. 영화 촬영을 전쟁터에 비유한 이 작품은 모든 영화인들을 위한 위로 시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많은 사람이 온 힘을 다해 협동하는 모습들이 그야말로 심금을 울린다.
“영화 촬영장에 비할만한 것은 바로 전쟁터다” -브레송 “촬영장에서 친구, 애인, 가족, 건강을 잃은 적이 있는 모든 영화인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등등의 삽입되는 문구도 압권이다. 한참을 낄낄대고 웃었던 영화이자, 내가 먼저 찍지 못해서 아쉽기 그지 없었던 작품.
[스탑]★★★ 박재옥
6분짜리 흑백 단편영화
이런 상황에서 노모를 구하려는 영석의 갸륵한 용기. 노모의 창문 올렸다 내렸다하는 장난이라든지 영석이 큰맘을 먹을 때, 잔 머리를 옮긴다거나, 마지막 씬에서 자유자재로 시간을 멈춰 이용하는 영석의 디테일 등이 절묘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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