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태동출판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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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열혈 독자를 자부함에도 불구, 그의 대표작이라는 <백야행>은 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보고싶을 땐 책을 구하지 못했고, 한번은 구했다가 끝까지 못읽고? 덮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영화<백야행> 소식이 들리고, 주연이 한석규-고수-손예진 라인이라니, (너무 맘에 들잖아!) 어떤 이야기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백야행>을 다시 열었다.


19년전의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사사가키 쥰조라는 형사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중반까지도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도록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주인공이 서서히 물밑에서 떠오르는 기분이랄까. 많은 사람의 목소리와 시점에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독자는 그 모든 이야기가 가리하라 료지 혹은 니시모토 유키오와 관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때의 전율이라니. 그 두 사람은 19년의 사건과 관계된 인물 둘이다. 료지는 19년전 살해된 기리하라 요스케의 아들이고, 유키오는 요스케의 정부로 추측되었던 후미요의 딸이다.

이야기보다 나를 매료시킨 것은, 이야기의 구성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식이다. A와 B가 관계된 사건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A가 B를 이야기해서 그 관계성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A가 C를 언급하고, C가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데에 B가 연류된 방식이다. 맙소사. 마치 막다른 길에서 예상치못한 적수를 만난 듯한 기분! 이야기 골목골목마다 놀라운 인물과 사건, 단서들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인다. (일본어 이름이 많이 나와 헷갈리지만... 뭐 그정도 쯤은 감수할 수 있다!)


히가시노는 원래 구성을 잘 이용하는 작가다. (<악의>나 <회랑정 살인사건>에서의 충격을 떠올려보라!) 그는 구성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백야행>은 위에서 언급한 구성이,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내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마치 태양처럼 고고하게 빛나(보이)는 여자 유키오. 어두운 곳에서 그 태양 주변을 늘 맴도는 검은 위성 료지. 이 두 사람은 소설 속에서 단 한번도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종일관 이어져있다. 그것은 때론 인물로, 때론 사건이나 소품(RK등)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 구성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직접 언급하는 거의 없지만, 독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두 사람의 인연의 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이상한 러브 스토리.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이 책의 타이틀이다. 두 사람은 만나지도 않는데, 이게 어떻게 러브 스토리냐며 투덜거렸지만,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남는 그 긴 여운이란. 어떻게 이런 사랑이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 이해할 수 없을것만 같지만 그럴 수는 있을 것 같은 마음.
 

19년 전, 한사람의 욕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처받고 아프게 했나. (이건 결코 소설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료지와 유키오의 삶도 안쓰러웠지만, 그 둘에게서 뻗어나간 여러 인연장의 인물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료지와 유키오 주변의 좋은 동료들. 사랑들. 좀 더 그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었던 그 사람들에게 료지와 유키오는 그저 상처를 주고 받는 것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또 안타까웠다.


히가시노는 공대 출신 아니랄까봐 현란한 컴퓨터 지식 및 공학적 지식을 마음껏 뽐낸다. 그런 천재성을 매번 히가시노의 소설 속 악인들이 물려받는다. 그들은 대게 공학,수학 천재들이다. (용의자 X의 헌신, 레몬...) 그래서 늘, 저 똑똑한 머리를 좋은데 썼으면 쯧쯧, 싶게 만드는데 이 작품에서 료지 역시.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비극을 상상하면 (비록 소설이지만)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먹먹해진다. 


P.S 책을 읽고 드라마도 챙겨보고 싶었는데, 영상으로 만나는 <백야행>의 후폭풍이 두려워(ㄷㄷㄷ) 감히 도전을 못하겠다. 어둠 속을 걷는 고수와 손예진. 그리고 그들을 추적하는 한석규! 어서 만나보고 싶다. 아마 이야기는 중간이 생략되고 처음과 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거기다가 인디 영화계의 히어로(!) 임지규군이 (역시) 도모히코로 출연한다는 소식! 미성숙된 소년, 용기는 없지만, 의리는 있는 도모히코! 정말 적역이다. 다카미야 마코토 역의 박성웅 배우도 맘에 든다.  부디 <백야행>의 아득하고 먹먹한 매력을 잘 살린 영화를 만날 수 있길. 


(출처: 아시아경제신문/티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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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영화는 지금, 현재 일어난 그 순간을 말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의 사건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결코 잊지 못할 영화가 될 것이다.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순회상영전 P-1
(굳이 밝히자면..)스포일러 농후함

 

[까칠한 자매]★★★

결코 귀엽지 않은 두 늙은 자매가 바다에서 생선도 낚고 남자도 낚는다. 굵은 팔뚝으로 생선을 조리하는 장면이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된다.

이윽고 자매는 남자를 낚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그를 잘 닦고 예쁜 옷을 입혀놓지만, 깨어난 남자는 기절 초풍을 하고 다시 바다속으로 뛰어든다. 결국 다시 시체로 발견된 남자. 생선과 같은 조리(자르고 굽고)를 당하고, 어딘가로 옮겨지는데. 자매의 티 타임. 남자 시체가 즐비한 다이닝 룸에서 자매는 로맨틱하게 차를 즐긴다.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압권.

 



[스파이더]★★★★ 내쉬 어거튼 감독에 주연.

질은 화가 나있다. 옆좌석에 탄 잭은 질의 화를 풀어주려고 이런 저런 말을 걸지만 질의 반응은 싸하다. 곧 주유소에 도착하고, 잭은 편의점에 들어가 꽃과 귀여운 엽서, 초콜릿, 스파이더 모형을 산다.
 
주유를 하러 나간 질의 자리에 꽃으로 치장을 하고, 예쁜 엽서를 창에 붙이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질은 대뜸 꽃과 엽서를 치우고 운전을 한다. 초콜릿을 하나씩 까서 그녀 옆에 두는 잭. 질은 결국 하나 입에 대면서 “이렇게 별 것 아닌 걸로 마음이 풀어지다니.”하면서 웃는다. 두 사람 모두 웃음을 짓는 따뜻한 풍경도 잠시. 질이 윗 거울을 열자 스파이더 모형이 튀어나온다. 옷속에 들어간 거미에 까무러치듯 놀라며 차를 세우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질. 갑자기 들이닥치는 차. 질은 멀찌감치 튀어 나간다.

당황한 잭. 곧이어 앰뷸런스가 오고, 응급처치를 한다. 두렵게 지켜보는 잭에게 말을 거는 구급대원들. 질에게 약을 투여하려고 그녀의 팔을 올리자 거미 모형이 튀어나온다. 깜짝 놀라 주사기를 든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구급대원. 그 주사기에 눈을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잭.

스파이더 모형 하나로 벌어지는 사건이 무척이나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처음 여자가 사고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2차 연쇄사건까지 밀고나간 점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억지스럽지 않았고, 짧은 시간동안 차 안에서의 긴장, 감정의 변화, 겨우 풀어졌을 때 닥치는 갑작스런 사고 등이 무척이나 극적으로 배치되었다. 아, 단편이란 이런 것! 무릎을 쳤던 작품이었다.

 


[색션 44]★★★★★ 다니엘 윌슨

집에서 나오자마자 남자는 수상한 사람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문 밖으로 나오는 남자에서부터 그가 밴에 실리고, 떠나는 밴의 모습까지 한 카메라의 shot으로 잡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벤에 이어 바로 하늘 위로 상승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검은 배경. 환한 조명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남자는 심문을 당한다. 뭔지 몰라도 니 죄를 고백하라고 다그치는 남자 앞에서 항변하는 주인공. 안되겠군! 곧이어 주인공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와 뇌 전기 충격기라며 가져와 주인공의 머리에 연결한다. 한껏 겁을 먹은 주인공, 뭔진 모르겠지만 다 털어놓을게요! 아빠의 비리, 엄마의 위장전입, 자신은 여자친구의 동생과 종종 원나잇을 한다는 둥 정신을 놓고 떠들어대는 주인공.

갑자기 어둠속에서 그의 여자친구가 등장해 뺨을 후려갈기고 나간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 순간 환하게 밝아지는 공간. 서른번째 생일을 축하해. 자신의 생일파티장이다. 얼이 빠져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의 가족들, 친구들. 하나씩 그곳에서 빠져나간다. 묶인 채 어처구니없이 앉아있는 남자. 조명이 꺼진다. 쓸쓸한 뒷모습.

불이 켜졌을 때의 당혹감이란! 불이 켜지는 순간, 우리는 주인공 만큼이나 뻘쭘해 질수밖에 없다. 이 점이 우수하다.

 


[하이브리드] ★★

유조차 운전하는 할아버지는 자꾸만 물을 마시고 생수병에 오줌을 싼다. 그와 동행하게 된 프랑스 남자. 둘의 기이한 조우. 마지막 장면, 프랑스 남자는 오줌이 차를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저쪽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아 고생하는 여자를 발견한다. 그때 다가가는 남자 뒤로 생수병 서너개가 찰랑거리고 있는 장면-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장면만으로 설명해내는 방식이 좋았다.

 


[친애하는] ★★★★

애니메이션과 실사로 이루어진 다크 로맨스. 그 자체만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등 영화 아이콘들에 대한 오마주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결합되었다. 돈 때문에 추격을 당하는 남자. 여자에게 겨우 달려와 함께 떠나자고 말하지만, 여자는 표정을 바꾸고 남자를 죽이고 돈을 차지한다. 경찰이 올 것을 대비해, 남자를 토막내 조리 재료로 쓴다. 남자의 팔, 다리, 귀, 머리 등이 햄버거 재료로 요리된다. 인형으로 표현된 이 장면은 그간 내가 노래했던, 팔다리 잘리는 B급 무비를 어떻게 실현해내는지 보여준다. 씨쥐도 저리가라. 인형으로 해도 이렇게 끔찍한 비쥬얼이 나온다! (기.절.초.풍)

급기야 경찰이 들이닥치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돌아간다. 경찰 서장은 몰래 햄버거를 하나 훔쳐먹고 오는데, 돌아오는 길에 햄버거에서 수상한 물질을 발견, 다시 여자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작전실패. 정말 멋지다. 영화를 찍는데 한계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레슬링]★★ 동성애자 레슬링 선수 커플의 사랑이야기.

아이슬랜드 국민 스포츠인 레슬링을 연습하면서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하는 두 사람.

첫 장면에서, 앞에 누워있는 한 남자와 저 뒤쪽으로 보이는 또 한 남자의 맨 엉덩이 만으로 관계를 드러내는 장면이 탁월했다.

또 샤방하지 않은 캐릭터들로 동성애를 과장하지 않고도 캐릭터에게 애정이 갈 수 있게 한 점이 훌륭했다. 살짝 지루하긴 했지만, 마지막 장면, 헤어지기로 한 두 사람이 마지막 레슬링 연습을 하는 모습이 압권.

카메라는 계속 어깨 위만 비치고 팬한다. 두 사람의 표정만으로 둘이 지금 느끼고 있다는 것, 과연 아래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주변의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반응만으로 드러내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 띠에리 부파르

시나리오의 대단한 승리. 한 전쟁터. 명령을 지령받고, 결단을 내리고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간다.

알고보니 이 곳은 영화 촬영장. 영화 촬영을 전쟁터에 비유한 이 작품은 모든 영화인들을 위한 위로 시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많은 사람이 온 힘을 다해 협동하는 모습들이 그야말로 심금을 울린다.

“영화 촬영장에 비할만한 것은 바로 전쟁터다” -브레송 “촬영장에서 친구, 애인, 가족, 건강을 잃은 적이 있는 모든 영화인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등등의 삽입되는 문구도 압권이다. 한참을 낄낄대고 웃었던 영화이자, 내가 먼저 찍지 못해서 아쉽기 그지 없었던 작품.

 


[스탑]★★★ 박재옥

6분짜리 흑백 단편영화

노모를 데리고 운전하는 대머리 영석. 장난치는 노모에 신경을 쓰다 역주행하는 트럭을 피하지 못하고 핸들을 꺽는다. 사고가 나는 순간 시계가 깨져 멈추게 되고, 순간 세상이 멈춰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노모를 구하려는 영석의 갸륵한 용기. 노모의 창문 올렸다 내렸다하는 장난이라든지 영석이 큰맘을 먹을 때, 잔 머리를 옮긴다거나, 마지막 씬에서 자유자재로 시간을 멈춰 이용하는 영석의 디테일 등이 절묘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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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멋진하루’를 보고 나서, 문득 원작이 궁금해졌다. 옛 연인에게 빚을 갚으라고 찾아간 여자. 그리고 그 둘이 돈을 받으러 다니는 하루-라는 스토리가 참신하긴 했지만, 돈을 받으러 가는 과정이 조금 반복적이어서 영화는 긴장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과연 그런 부분은 어떻게 표현되었고, 게다가 이 장편 영화의 원작은 단편이라고 해서 그녀의 책을 찾게 되었다.




책은 줄거리 위주로, 영화와 상당히 흡사했다. 영화에서 하정우가 그랬듯 작품 속에서도 도모로의 캐릭터는 무척이나 독특했다. 이것 참 사람이 좋은 걸까, 뭔가 모자란 걸까 싶은 도모로. 그를 둘러싼 알 수 없는 여성들. 반면에 그에게 순순히 돈을 내어주는 여성들. 그들을 보면서 유키에는 자신이 사귀었던 이 남자 도모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가 정말 이 남자를 알았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의 미덕은 단순히 이 알 수 없는 남자의 캐릭터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유키에가 보기에는 참 딱해 보이는, 저기서 돈 빌리고 여기 빚을 겨우 막는 도모로의 캐릭터와 삶을 이해할만한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그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는 여자들의 말에서. 도모로는 그런 사람이라고. 소유의 욕심이 없고, 넉넉할 때 나누고 없을 때 빌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유키에가 새로 알듯이 관객도 도모로를 다시 알게 된다.


 



다이라 아스코는 독특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다.
이윤기의 최근 작품도 그녀의 단편을 또 한번 원작 삼아 진행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나머지 작품도 이 특유의 감수성이 넘쳐 흘렀다. 루저라서, 또 다른 루저를 위로하는데 머뭇거리는 사람들. 때로는 같은 처지이면서, 나는 아니겠지 자위하는 루저들. 그들 사이에는 묘한 동지감이 흐르고, 그들의 삶 자체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형국이다. 이것이 변주된 여섯 개의 단편이 모아져 있는데,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멋진 하루>처럼 낯선 만남을 그려내는 데 익숙한 작가다.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처자에게 임종이 가까운 아버지의 딸 대역을 부탁하는 이야기 <애드리브 나이트>, 시어머니가 멋있어서 그 가족이 되고 싶어서 그의 아들과 결혼한 쓰키에. 그녀와 남편의 쿨하다못해 무심한 관계가 인상적이던 <해바라기 마트의 가구야 공주>, 학창시절 첫사랑을 만났지만, 무수한 성형수술로 자신을 못알아보는 그 앞에서 쿨한 척 깔깔대는 루이 이야기 <맛있는 물이 숨겨진 곳> 등 만남이 사건의 중요한 계기가 되곤 한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한 직장부하가 상사에게 고민 상담을 하면서 시작된다. 소노베를 임신시켜서 돈을 쥐어줬다. 참담하게 말하는 직장부하를 위로하는 도모아키. 하지만 그 역시 소노베에게 같은 식으로 돈을 준 상태다. 그런데 순진한 후배 겐타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도모야키를 찾아왔다. 두 사람을 말리기로 작정한 도모야키.


이 이야기도 처음엔 이상한 사람같기만 한 소노베를 도모야키가 이해하게 되는 순간- 소노베를 찾아가 겐타는 안된다고 말하자, 소노베는 ‘자신도 두렵다며, 자기도 결코 쉬운 여자이고 쉽지 않다는’ 속 마음을 밝히는 순간- 소노베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순간이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게다가 그녀를 쉽게 버리는 두 남자와 대조되어, 순정 100%로 등장하는 겐타의 사랑 역시 훈훈함을 더한다. 이 작품은 플롯이 좋다.


(맨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작가가 인물을 어떤 식으로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이야기. 참 많지만, 일본 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설정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이 작품에 한정해서 분석해보자면, 등장인물들은 대게 루저라고 불릴 법한 직업-전화방, 마담 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도덕적인 신념만큼은 확고해서, 가끔 독자로서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계몽적 대사를 외치지만, 종종 그것은 상대방 캐릭터를 감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것은 단순히 위로의 말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념을 외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마음을 움직이는 구석이 있다. 좋은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루저다. 다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지만-<온니유>의 나카하라- 오히려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결국 위로를 받는다. 때문에 심리 위주의 서술이 주를 이룬다. 그 점이 독자로 하여금 읽기 쉬우면서 캐릭터에 가깝게 다가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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