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께 청원 드립니다.

2009. 04. 19. 10:06

이명박 대통령님,

어려운 시기에 국정을 수행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에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와 관련한 일로 대통령께 청원을 드립니다.

청원의 요지는 수사팀을 교체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그동안의 수사 과정으로 보아 이 사건 수사팀이 사건을 공정하고
냉정하게 수사하고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하는 일은 범죄의 수사이므로, 검사가 머릿속에 범죄의 그림
그려놓고 그 범죄를 구성하는 사실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우선하는 검찰의 의무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검찰은 있는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관계없는 사실을 가지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나아가서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실도 찾아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사팀이 하고 있는 모양을 보면
수사는 완전히 균형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사팀은 너무 많은 사실과 범죄의 그림을 발표하거나 누설했습니다.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누설해 왔습니다.

다음에는 그들이 발표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누설해 왔습니다.

그 다음에는 증거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사리를 설명해 왔습니다.

마침내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사실까지 발표합니다.

이런 일들은 검찰이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불법행위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 문제를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 수사팀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미리 결론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발표하거나 누설한 내용을 보면 미리 그림을 다 그려놓고
그에 맞게 사실과 증거를 짜 맞추어 가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그들이 만든 범죄의 그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미래에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을 사람의 기억에까지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수사팀이 끝내 피의사실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도 결론을 돌이킬 수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그려놓은 그림에 빠져서 헤어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판단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발표를 해버린 것 같습니다.

만일 사건이 이대로 굴러가면 검찰은 기소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왔을 때,
그리고 검찰의 수사과정의 무리와 불법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한민국 검찰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황이 이러하니 수사팀은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까지
증거를 짜내려고 할 것입니다.
이미 제 주변 사람들은 줄줄이 불려가고 있습니다.

끝내 더 이상의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이라도
만들어 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검찰권의 행사가 아닙니다.
권력의 남용입니다.

그동안 참여정부 사람들이나 그들과 혹시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심이 갈 만한 사람들은 조사할 만큼 다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까?

이미 제 주변에는 사람이 오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저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조심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심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습니다.
권위도 신뢰도 더 이상 지켜야 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그리고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미 이 사건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보고를 받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통상적인 보고 라인이 아니라 대통령께 사실과 법리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받아 보실 것을 권고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검찰이 막강한 권능으로 500만 불을 제가 받은 것이라고 만들어내는 데
성공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퇴임 사흘 남은 사람에게 포괄적 뇌물이 성립할 것인지,
과연 박 회장의 베트남 사업, 경남은행 사업, 그 밖의 사업에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다면 그것이 부정한 일인지,
이런 문제들에 관하여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박연차 회장이 2007년 6월 저와 통화를 했다면
검찰은 그 통화기록을 확보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보도를 보면 통신회사의 기록 보존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통신 서브를 폐기하지 않은 이상 복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관은 검찰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통화기록은 반드시 검찰이 찾아서 입증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기록을 성의 있게 찾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이 이 사건에 관한 단서를 언제 처음 알았는지,
왜 지금까지 수사를 미루어 왔는지,
그동안에 박 회장의 진술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지금 검찰이 박 회장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능을
이 사건 수사를 위하여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사정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사건 수사가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방법은 수사팀을 교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로지 대통령님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형식적 절차는 법무부 장관의 소관일 것입니다만,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저와 제 주변의 불찰로 국민을 실망시켜 드린 점에 대하여는
이상 더 뭐라고 변명을 드릴 염치도 없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보통 인간으로서 이 청원을 드립니다.

형식 절차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은 설사 그가 극악무도한 죄인이거나
역사의 죄인이거나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제가 수사에 대응하고, 이 청원을 하는 것 또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4월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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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이야기가 조금씩이라도 끊임없이 흘러나와서
자꾸만 얘기되고 자꾸만 생각나서
당신을 잊지 못했으면 좋겠다.

전문을 찾아 읽는데 마음 한켠이 다시 쏴-해진다
2009년이 저물어가는 이때,
돌이켜보면, 올해 내게 가장 큰 흔적을 남겼던 이의 이름이 바로 노무현이었다.

과연 2009년의 노무현은,
나에게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의미인가..

문득 돌이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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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폴더를 정리하다가 <시선1318>을 발견했다.
딱히 영화를 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최근 윤성호 감독님의 작품에 꽂혀있던 터라,
<시선 1318> 속에 포함된 윤성호 단편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를 보고 싶어서 영화를 보았다.




일단 "청소년의 이해와 실제"는, 윤성호식 화법이 도드라진 발랄 그 자체의 작품이다.
하나의 스토리가 있기 보다는, 한 장소에서 여러명의 고딩들의 목소리를 통해 "고딩들의 현재"를 고스란히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고딩을 겨냥했기 보다는 고딩, 그 이후의 삶을 주목한다. 그들은 과연 어떠한 삶을 꿈꾸고, 그들이 보는 내일은 어떤 것인가 묻는다. 때문에 88만원 세대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대사들은 보는 대딩의 마음을 후벼판다고나 할까.

너무 발랄하고 통통튀는 윤성호식 자막과 편집 스타일에다가 전체적인 빠른 리듬 때문에 온전히 이야기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흐름과 스타일만으로도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시종일관 흐르는 비트박스. <은하해방전선> 남감독을 떠올리게 할 정도의 녹슬지 않은 말빨! 별난 감수성,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윤성호 이름 세글자를 쿵, 박아놓는다.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 매일 발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우주가 너에게 준 숙제는 어떻게 했니?
아니요, 내가 바로 우주 인걸요.

시장이 너에게 줄 선물은 알고는 있니?
아니요, 내가 바로 선물 인걸요.

미래가 준비된 인생을 살고싶잖니?
아니요. 지금이 바로 인생인걸요.

새로운 언어가 너희를 자유케 할거야.
아니요. 내가 바로 언어인걸요.









그 다음 영화를 이어서 본 까닭은 감독이 김태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 때문에 굳이 영화평을 쓴다.
단편 "달리는 차은"은 정말 양 엄지 손가락을 번쩍 세울 만큼 멋진 작품이었다.
우연히 건진 수작!!! 주저없이 별 다섯개.
역시 김태용 감독! 이라고 울부짖을 만큼 ㅋㅋ 좋은 작품이었다.

누군가는 가족의 탄생 후속편이라고 할 정도로, 따뜻한, 하지만 저릿한 대안가족 이야기다.

달리는 육상부 소녀 차은이의 새엄마는 필리핀 여성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열리고 있는 해변도시. 육상부는 해체되고 차은이가 속한 육상부는 해체된다. 더이상 달릴 수 없는 차은. 차은의 꿈따윈 관심없는 완고한 아버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엄마. 게다가 학교에 차은의 엄마가 필리핀 여성이라는 것이 소문나서 차은에게 상처를 준다. 계속 달리는 차은이. 차은의 달리기 속에 아이의 고민, 슬픔, 상처, 기쁨, 사랑 등이 한꺼번에 묻어나온다.





대사도 좋고, 연기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그녀를 포착해내는 감독의 따뜻한 연출이었다.
담아내는 시선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 때문에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이야기가 감수성 덩어리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실제 육상 선수라는 차은, 전수영양과 그녀의 가족 식구들은 모두 일반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놀랄만큼 좋은 연기를 펼친다. 차은과 남자친구. 그리고 가족. 진심같지 않게 멀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놀랍게도, 영화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준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차마 보여줄 수 없었던 소녀의 진심, 그 나이때에는 누구나 그랬듯이, 혼자 앓는 답답한 마음. 내 앞에 놓인 세상에 대한 불신과 막막함.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절망. 십대에 가질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불안'들이 그의 영화에 절절히 묻어나온다. 우리는 누구나 한때, (육상부가 아니더라도) 차은처럼 달렸을 것이다. 무작정. 언젠가 그렇게 숨이 가빠 켁켁대다가도 훌쩍훌쩍 울기도 했을거다. 마치 오래 전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아련함. 그리움. 반가움.





" 너 나 좋아하지? .. 좋아하면 그러는 거 아냐."


김태용 감독은 이 대사를 써놓고 40대 감성이라는 야유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 늦은 밤, 나의 마음을 절절히 울리는 이 대사는 기필코 최고다 T-T
이 대사를 칠 때의 차은의 표정과, 그 달빛과, 골목과, 영찬의 표정이라니...


 

정말 강추다. (바이런 양은 반드시 관람할 것을 추천하는 바다! 접속해ㅋㅋ)
이런 영화라니... 김태용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차은의 그렁한 눈망울,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언제나 '인권'영화는 (인권영화이기때문에 더욱) 계몽성을 띄는 순간, 진부함이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것 같다. 인권영화는 충분히 감성넘칠 수 있고('달리는 차은'), 재기발랄할 수 있다('청소년 드라마...')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여준 것이 <1318>프로젝트의 의의라면, 나머지 작품들은 (인권)영화와 계몽성의 관계를 다시금 되새기게끔 했다. 뮤지컬 형식으로 일등과 꼴지의 문제를 다룬 방은진 감독의 '진주는 공부중'도 형식이 재미있었지만 뭐랄까. 문제의식이 새롭지 않았고, 화해가 너무 쉬웠다. 나머지 작품이 아쉬웠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이 이현승 감독의 '릴레이'다. 아이가 있는 고등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을 코미디로 풀어낸 '릴레이'도 좋은 작품이었다. 갈등의 구조 및 결말이 단순하긴 했지만, 그 문제 의식만큼은 한번쯤 고민할 만한 이야기였다. 게다가 얼마나 사회적 지원이 시급한지 큰 목소리를 낸다. 왜 미혼모는 있는데 미혼부는 없죠? 당찬 박보영의 연기도 좋다. (하지만 역시, 미혼모 여고생은 영화 속에서도 쓸쓸히 혼자 돌아갈 뿐이다.)

예전 인권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이 '계몽성에서 오는 진부함'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였다. 계몽적인 메시지만 던져도 (놀랍게도) 활어같은 이야기가 금세 꼬리를 늘어뜨리고 회가 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이 벽을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 절반은 거뜬히 넘었다!ㄷㄷ) '현재의 고등학생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주력했다는 점은 놀랄 만한 성과임이 분명하다.

인권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시선 1318>을 보니, '지금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게 유효하다는 것을 알았다. 단, 여기저기서 너무 이야기 된 사연들 말고, 미처 살펴보지 못한 마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 미처 헤아려주지 못했던 마음들을 꺼내놓아야 인권 영화로 진정성을 갖는다.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담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가 가진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다. 그 이야기에 대해 영화는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섣부른 위로나 조언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귀기울이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만 정확히 보여줘도 충분히 관객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어쩌면 '관심'이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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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해방전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자꾸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배우.
<백야행> 때문에 또 검색해본 배우.


후덜덜. 그런데 이거 뭔가요.
임지규님.




나에겐 이런 새초롬한 모습만으로도 매력적이었는데.
여기저기서 폭풍간지 매력발산 충분히 하고 계셨네요. 이제야 본다능 ㄷㄷㄷ
이거원 아이돌 저리가라 할 외모에 포스까지. 간만에 저는 훈훈해지는군요.


아니, 단지 안경하나 벗었을 뿐인데, ㅎㄷㄷ






소녀 팬심으로, 지켜보겠습니다 
 
Posted by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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